2021년 5월 7일 금요일

좋은 도구 혹은 필요한 도구

맥 사용자로서 가끔씩 유명 프로그램 개발사로부터 할인 이벤트 소식을 받게 되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용을 살핀다. 특히 여러 프로그램들이 번들 구성으로 판매하는 행사에는 유혹을 떨치기는 꽤나 힘들다. 항상 마음을 붙잡는 한두 개의 어플리케이션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고, 실제 지금까지 내가 애용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이런 이벤트를 통해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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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도구들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집안에서 하는 운동 기구를 구입하고 나서 몇번 사용하지 않고 옷거리나 장식대가 된 경험은 누구가 있을 듯 하다.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공구 등도 마찬가지이다. 1년에 한번은 커녕 수년이 지나도 겨우 한번 쓸까말한 제품도 눈에 곧잘 띄인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이 모드 좋은 것들이다. 아니 최소한 나쁘지 않은 것들이다. 성능이나 기능에서 구입할 당시 손색이 없던 것들이지만, 구입 후 현실에서 그 필요성은 잘 눈에 띄이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번들에 포함된 십여 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기대한 필요성 자체가 사라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애초 그 필요성이 절대적이지 않았기도 하고 이미 익숙한 다른 어플리케이션에 의해 처리되고 있기도 한 덕분이다.

좋은 프로그램으로서 사용할만한 것임에는 분명했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새롭게 사용할 대상은 명확하지 않았다. 앞서처럼 명확한 대상이 있더라도 결국 손에 익숙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효율적이었다. 하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선택이 또 다른 하나의 결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요즈음이야 컴퓨터 시스템의 저장 공간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예전이라면 값 비싼 공간을 차지하는 좋은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할지를 두고 꽤나 고민했던 시절이 많았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일이든 물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그리고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실행하거나 구입했다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계속 미뤄지거나 사용 대상을 찾지 못해 굴러다가는 경우가 일상인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좋은 것으로 판단에서 시작되었다. 좋은 것이나 결과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판단은 필요한 판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일상의 운동이라는 그야말로 좋은 목적의 도구로 구입한 운동기구는 버리지 못하는 값 비싼 수건걸이로 전락해버리는 비슷한 경험은 한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주변을 보자면 정말 좋은 것이지만 불필요한 것들이 넘쳐나고 있다. 좋은 것이 꼭 필요한 혹은 필요할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소프트웨어든, 일이든, 또는 물건이든 그 필요성은 과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필요성을 찾지 못하거나 알아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당장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버리거나 숨겨버린 뒤 다시 다시 찾고 구입하느라 고생한 일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런 걱정에 현재 불필요한 것이 분명한 대상을 무작정 쌓아두거나 미뤄 둘 수도 없다. 공간의 여유가 있다면 임시로 옮길 수 있겠지만, 임시적 이동은 말 그래도 임시적일 뿐이다.

이상적이라면 좋은 도구의 현실적 필요성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응일 수 있다. GTD 시스템에서 수집 대상에 대한 평가와 분류를 위한 과정을 거쳐 최적의 필요성을 탐색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러한 과정이 얼마나 객관적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고민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과감히 포기하도록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다. 좋든 필요하든 고민하게 만드는 대상은 대부분 버려질 수 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눈과 귀는 여전히 필요한 것 보다는 좋은 것을 탐닉하고 있다.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삶의 관리 체계와 모순적인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가끔 삭제하지 않고 버리지 않고 남겨둔 작은 어플리케이션이나 물건들이 가진 역시나 작은 필요성이 의외로 큰 효용성을 주는 경우가 없진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요즈음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것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값 비싼 수업료를 치른 댓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필요성을 판단하는 나아졌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이든 필요한 것이든 새로운 것은 접하는 그 자체의 무게와 그로 인한 피로감을 피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강해졌다. 결국 새로운 것이란 없다. 그저 새롭게 보일 뿐이었다.

현재의 문제를 세련되게 해결할 수 있는 도구는 없다. 아니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에 대한 고민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원인을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현재의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다. 좋은 도구, 필요한 도구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을 잠시 부정하고픈 새로운 핑계거리였지 않나 싶다.

2021년 5월 6일 목요일

Hit Snag 서비스의 성공을 기대하며

Mac 사용자로서 간혹 PC/Windows 혹은 Android 환경과의 차이가 어떤 부분에서는 급속히 줄어 들고 있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는 여전히 혹은 더 멀리 벌어지는 경향을 함께 느끼게 된다. 1980년대 중반 Macintosh가 등장한 이후 한 세대 가까이 겪고 있는 일이다. 때문에 어느 한 쪽의 환경만을 경험한 사용자들 가운데 다른 환경의 불편함 혹은 새로운 등증한 기능을 보고, 아직 이런 기능이 없었단 말인가 혹은 이렇게 불편한 기능을 운용하고 있단 말인가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각 기능의 전체적인 면이라기 보다는 일부 기능에 국한된 경우일 수도 있다.

최근 공개된 Hit Sang 서비스(물론 PC/Windows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다)를 보고 그 기능에 관심을 가지거나 흥미를 느껴 공개된 영상을 보고 나서 느낀 점은-OmniFocus 사용자로서-이런 기능이 뭐가 새롭다는 것인가 였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언급한 바와 같이 내가 OmniFocus의 Mail Drop 기능을 애용한 덕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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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OmniFocus의 Mail Drop과 Hit Snag의 기능 간 비교를 위한 포스팅은 아니다. 간단하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생각, 즉 인터넷 또는 웹 기반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얼마나 더 다양한 기능이나 제품이 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단상(斷想)일뿐이다.

Hit Snag의 기능은 단순하게 적자면, 이-메일 사용이 잦은 상황에서 특정 이-메일을 생산성 관리 도구로 운용하는 여러 어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통하여 수집할 수 있도록 일종의 이-메일 포워딩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특정 메시지나 정보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OmniFocus에서만 수집 가능한 Mail Drop 서비스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Google Docs나 Trello 등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단순히 이-메일의 메시지나 링크만 수집되는 OmniFocus에 비해 다양하고 유연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지원할 서비스는 계속 확장될 예정이라고 하니 OmniFocus 외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Mac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다.

이제 갓 시작한 서비스로서 Hit Snag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모르겠지만, 단순하게 기능적인 면에서 아직 이런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신선하기도 하고 꽤나 흥미로움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Hit Snag의 웹 페이지에서도 이런 기능이 GTD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간단히 적고 있다.

앞으로 Hit Snag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OmniFocus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확장성과 생산성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볼 때, 유사한 서비스의 출현도 넘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이-메일 기반의 이런 서비스의 구현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