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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1일 월요일

핀볼 게임, 판단과 대응의 차이 ?

개인적으로 컴퓨터로 즐기는 게임은 꽤나 제한적인 그나마 짧게 자주 하는 것이 핀볼 게임이다. 어릴 적 놀이 동산이나 관광지 공원에 있던 오락실에 한두 정도의 핀볼 게임기가 있었다. 일부러 핀볼 게임을 하러 가진 않았지만 기회가 되어 근처를 들러게 되면 꼭 핀볼 게임을 해보고려 했다. 몇몇은 아직도 게임의 이름이 기억나는데 그 만큼 여러 핀볼 게임에 한이 맺힌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핀볼 게임을 좋아했던 이유는 어릴 적 추억이기도 하지만 컴퓨터 기반의 디지털 게임이 아니라 무거운 공을 이용한 물리적 실제 게임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뭐랄까 플리퍼를 통해 손가락에 느껴지는 무게감 나아가 타격감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좋았다. 문제는 당시 게임장이나 오락실에서 핀볼 게임의 가격은 다른 오락에 비해 두 배 정도였다. 컴퓨터, 아케이드 게임이 한번에 50원이라면 100원, 게임이 100원이라면 핀볼은 200원이런 식이었다. 아마도 요즈음이라면 100원 동전 두 개가 아니라 500원 동전 두 개 내지는 네 개를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최근 주변에서 핀볼 머신을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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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핀볼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핀볼 게임을 하면서 영원히 해결되지 않은 나 자신의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게임 도중 위기를 맞이할 때 쓰는 이른바 비밀의 도구가 있음에도 제때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핀볼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플리퍼를 떠나 여러 목표물이나 다른 구조물에 부딪힌 후 되돌아 올 때 플리퍼 사이를 지나 빠지거나 혹은 양 쪽에 있는 아웃레인에 빠지려고 할때 한 손이나 양 손으로 본체를 때리거나 흔들어 공의 진행 방향을 살짝이라도 바꾸는 것이다. 물론 너무 세게 혹은 자주 연이어 기계를 흔들면 작동 불능 상태로 빠지거나 심하면 경고음을 울리면서 해당 회의 게임이 리셋된다.

이런 기능은 컴퓨터 기반의 핀볼 게임에도 당연히 적용되는데 대개 플리퍼에 해당되는 키보드의 왼쪽 아래 키 근처에 배치된다. 예로 왼쪽과 오른쪽 시프트 키가 각각 플리퍼의 역할을 하면, 그 아래나 옆에 있는 키 그리고 가운데 스페이스 바가 그 역할을 한다.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두세번 반복하면 게임이 중단되는 틸트(Tilt) 모드가 된다. 그러니 주어진 기능이긴 하지만 자주 사용해서도 사용할 수도 없는 기능이다.

하지만 유사시에 아주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목표한 점수를 얻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핀볼이란 것이 한번 흥이 붙으면 목표한-대개 보너스 볼-점수에 대부분은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위험한 순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완벽한 날이 된다.

문제는 그런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또한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다짐하고 있음에도, 짧은 순간 그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기능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0.1~02 정도의 짧은 시간이 요구되기도 하고 멀리서 내려오는 공이라면 0.5초 정도의 시간에도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 경험에 비춰 공이 지금 방향으로 내려오면 플리퍼를 지나치거나 양쪽 아웃레인으로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고, 그 순간이 지나면서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시간적으로 보자면 0.2~0.3초 되려나 모르겠다. 키를 눌러야 할 상황과 눌리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상황 간의 시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판단 및 실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10번 있다면 1번도 시도를 못하지 않나 싶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는 일단, 핀볼 게임 자체에 너무 몰입하다보니 플리퍼 동작 외 다른 기능적 동작이 있다는 자체를 잠시 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경우 다음 게임에서는 의식적으로 유사시에 흔들기 기능을 사용해야지 다짐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난 핀볼 게임을 하면서 머리로 생각한 행동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음을 확인한다. 비유하자면 사람들이 너무 무서운 나머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심정과 같지 않나 싶다. 나아가 그런 상황이 곧 발생할 것임을 인지했고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경우에도 머리와 손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물론 이 모든 것인 게임을 하는 자세나 여러 주변에 기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생각할 떄, 사람을 마주하는 회의나 혹은 전화를 통한 이야기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머리로는 생각과 판단을 했음에도 말로 나오지 않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행동으로 보자면 복도를 걸어가다가 마주치지 말아야 할 상대방을 인지했음에도 결국 부딪히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스스로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상관없지만 순간적 판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못한다. 물론 실질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에 물리적 행동으로 대응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간혹 급박한 상황에서 판단에 따른 순간적 대응으로 일이 잘되기도 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의식적으로 앞으로의 상황에서 즉각적 판단 그리고 필요한 행동을 하도록 스스로 마치 프로그래밍 하듯 다짐하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그로 인한 여파는 앞서 언급했듯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더 심각한 자책의 후폭풍을 초래한다.

아마 나이가 들어가면서 머리로 생각한 대응이 손이나 발에 전달되는 시간이 점점 늦어져 그런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삶에서 굳이 그런 수준의 생각과 판단까지 필요한 것이냐는 상식적 의문이 정답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