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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6일 일요일

[책] 하버드 첫 강의 - 시간 관리 수업

쉬셰장 지음(하정희 옮김, 리드리드 출판)

최근에 이런 자기계발 관련 책을 읽거나 하진 않는다. 그러다 본의 아니게 시내 대형 서점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자기계발 및 실용서 코너에서 젊은 친구의 대화를 들었다. 그리고 잠시 눈을 돌려려 해당 코너에 전시된 책을 한번 흝어보다가 새학기를 맞이한 학생 혹은 선생이 잡을 만한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 왔다. 하버드 첫 강의 - 시간 관리 수업. 물론 원제는 그저 하버드의 시간 관리로 보이는데 새 학기를 노려 이런 제목을 붙이지 않았나 싶다. 매년 새 학기는 어김없이 두번씩 찾아보니, 썩 괜찮은 판단이다.

이런 책 내용이야 언제나 그렇듯 예상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시간이 꽤 지난 책 임에도 눈에 띄게 전시되어 있어 내용을 보기로 했다. 물론 이런 책을 구입할 리는 없고,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 주중 임에도 시간 내어 이틀 만에 읽었다. 내용은 예상한 것에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부정적 시각으로 볼 때, 책에는 오늘 대한민국 현실에서 모순된 내용으로 가득하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표현은 어쩔 수 없지만-책 내용이 나쁘다기 보다는 현실 시각에서 만나게 되는 모순된 실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저자는 그런 현실을 모순으로 인식하는 지 안하는 지는 모르겠다. 사는 동네가 다르니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자기 동네(어딘지 모르겠다)에서 자기계발 관련 분야에서 유명한 듯한 하다. 내용으로 볼때 아마 저자는 제대로 된 규모와 구조의 기업 특히 제조 분야에서 업무 관리 경험이 없지 않나 싶다(내 오해일 수도 있다).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는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내가 알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거기도 저자 주장처럼 그렇지 않다고 보지만-앞서 적었듯 한국(혹은 일본)에서는 현실적 효용성이 거의 없다.

물론 책에서 강조된 내용 가운데 틀린 말은 없다. 다만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저자가 주장하는 주체적 대상은 사장이나 부서장 급 관리자나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갓 학교를 마치고 사회 생활를 시작한 입장에서 전혀 현실성 없다. 실제 그렇게 했다가 상상할 수 없는 난리를 겪게 될 수준의 이상적 대응 방안을 적고 있다. 중간 관리자 조차 그렇게 섵불리 대응했다가는 집에 가기 힘들거나 아예 집으로 가야 할 지 모른다.

이 책에서 특히 강조되는 업무 위임에 관해 보자면. 직장에서 업무 위임이란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이며, 내용과 수준에 따라 매유 유의해야 한다. 때문에 일상적 잡무가 아닌 경우, 업무 위임은 생각하기 힘들다. 나 역시 위임이란 방식을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 혹은 주변에 부담이나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의 사안이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의 기업에서 팀 단위 프로젝트나 협업에서 업무 위임은 이상적 탁상 공론에 불가하다. 모두 퇴근하지 못해 야근하며 심지어 밤을 새는 마당에 업무 위임이라니. 때문에 업무 위임이라는 것은 업무 지시의 매우 완곡한 표현일 뿐이다. 더욱이 위임의 권한 자체가 부여된 경우는 드물다. 특히 업무 위임에 따른 권한과 책임도 위임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저자가 어떤 직장 생활을 했는 지 궁금하다.

그리고 단군 이래 직장 생활이든 사회 생활이든 하나의 일이 생산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완료되었다고 삶이나 일상에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일이 하나 완료되면 언제나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개별적인 일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처리한다고 해도 개인 혹은 조직의 부담은 전체 과정이 완료될 때까지 줄어들 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순진한 건지 아니면 책을 쓰기 위해 애써 외면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그런 대응이 오히려 전체 프로젝트 진행에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유의해야 할 사실은 저자 주장처럼 시간관리를 잘해 업무가 효과적으로 마무리되었다면, 이후 처리해야 하는 유사한 모든 업무의 기준으로 바로 그 생산적이고 합리적으로 완료된 일이 된다. 때문에 업무 당사자 입장에서 결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부담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저자가 강조하는 20:80 법칙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경쟁 속에 있는 직장 생활에서 승진하거나 성공하는 비율 역시 20% 수준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이어진 더 높은 승진의 몫 역시 선택된 20% 가운데 20% 수준이 된다.

그런 현실을 매일 눈으로 보고 몸을 겪고 있는 직장인에게 저자의 주장은 순진함을 넘어 한심함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 자리에 오르는 이는 저자가 책 후반에 강조하는 일과 개인 그리고 가정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모든 직장인이 알고 있다. 자신이 남은 80%에 해당되는 걸 모르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성공할 20%의 비결을 강조한다게 우습게 여겨질 수 밖에 없다. 남은 20% 역시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고민에 빠진다. 그러니 타인의 시선이나 조언 따위는 필요없다. 온전히 자신의 몫일 뿐이다. 어떤 걸 선택하더라도 후회할 수 밖에 없다.

그외 현실에 맞지 않은 여러 주장이 있지만 추가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국 넘쳐나는 다른 수 많은 자기계발 서적과 마찬가지로 먹음직스럽지만 허무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다시 적지만 그런 조언이 틀렸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의 시각은 여전히 직장인 혹은 직장인이 될 젊은 친구에게 자신 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이의 눈에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으로 보이는 방법을 성공으로 가는 비법이라 적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은 아니다. 물론 개가 되든 돼지가 되든 그것이 성공이라 생각한다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이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