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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일 목요일

불편함의 극복이 생산성 개선은 아니다

최근 맥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맥 구입 시에 모델 선정이나 업그레이드 여부 그리고 실제 운용 과정에서의 혼란스러운 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업무의 생산성은 일정 부분 업무 환경과 도구의 효율적 관리를 기반으로 한다. 개인적 일상의 범위에서 기업의 프로젝트 수준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기업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보다 효율적인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여러 사전 조치를 취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비록 그러한 광범위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개인적 차원에서도 일상의 업무 혹은 일에 관련한 생산성 개선 역시 GTD의 운용의 주요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포스팅하는 내용은 그러한 범주라기 보다는 보다 일상적인 측면에서 컴퓨터, 특히 애플의 맥 운용과 관련한 사안이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애플의 컴퓨터를 사용해 온 경험에 비춰, 한국에서 맥을 사용한다는 것은 일반적 컴퓨터 활용 수준 이상의 적응력이 요구된다. 한마디로 어렵고 불편하고 적지 않게 비용도 많이 소요된다.

문재 해결에 있어 정상적 대응, 다시 말해 익숙하고 값싼 대응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선택하는 것이 업무 생산성 개선하는 방법은 아닐지라도 생산성을 저해하지는 않는 효율적 방법이다. 하지만 업무 플랫폼의 차이로 인해 이러한 일반적 대응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만일 맥 환경에서만 운용되거나 혹은 다른 환경에 비해 맥에서 운용하는 것이 월등히 효율적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즉 다시 말해 맥과 원도우즈 환경 모두에서 운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오늘날 현실에서 성능은 물론 비용적인 면에서 원도우즈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현명한 방법이다. 더욱이 전문적 영역에서 보자면 원도우즈 환경에서만 구동되는 프로그램이 비중이 현저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일반 사무 용도가 아닌 제품 설계나 개발 혹은 평가 그리고 분석 과정을 위한 프로그램의 수와 질에서 맥에 원도우즈에 비교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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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용해야 할 프로그램이 맥 환경만을 지원하거나 반대로 원도우즈 환경만을 지원한다면 맥이냐 원도우즈 기반 PC냐의 선택은 명확하다. 고민 되는 것은 원도우즈 환경을 기준으로 동일한 프로그램 혹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맥 환경에서 이용하여 원도우즈 환경에서의 생산성을 맥 환경에서구현하거나 근접하는 수준으로 만들고자 하는 경우이다.

맥에서의 특정 업무의 수행 가능 여부가 아닌 그 가능성이 원도우즈 환경에 비춰 얼마나 쉽게 그리고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구현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결론적으로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뿐더러 성과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원도우즈 기반 PC 사용자 입장에서 보자면 이러한 맥 사용자의 대응과 처지는 이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맥을 운용해온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의 소비가 오히려 자부심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대응이 매우 심각한 모순적 자아도취 수준으로까지 이어질 위험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이 맥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따로 대응할 의지나 방법은 없다.

원도우즈 환경에서의 프로그램이라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맥 환경에서는-맥 사용자들의 힘겨운 노력에 의해-몇 단계를 거쳐 구현이 가능할 수 있게 했다면, 스스로에게는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운 성과가 될 수는 있겠지만 효율적인 업무나 시간 관리를 위한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여러 사용자들이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협업 환경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보자면 부서장이었으니 망정이지 다른 직원들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업무 체계에서의 맥 사용에 따른 문제 발생이 최소화 되도록 일상적 업체용 플랫폼 외의 운용은 최대한 자제했다. 다만 맥 옆에 업무를 위한 별도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과거 맥 사용자가 원할한 업무를 위해 별도의 DOS/원도우즈 기반 PC를 옆에 둔다는 것은 비용적으나 공간적으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은 어느새 모두 과거형으로 표현될 정도로 일반적인 원도우즈 기반 PC의 가격과 크기는 현저히 줄어 들어, 추가적인 PC의 마련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그 마저의 비용 조차 없다면 무료 혹은 저렴한 가상화 플랫폼을 이용하는 등 대응 방법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다양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맥 사용자들이 그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자체는 맥 사용자로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업무적 행위를 위해 그런 대응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그것이 업무용 시스템으로 맥 도입이나 운용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근거로 주장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최악의 상황은 이러한 상황을 겪으며 극복한 현실이 최고의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착각한 경우이다.

맥을 레트로 머신으로 다루는 취미가 있다면 이런 일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업무용 혹은 일상 용도로 사용하면서 어렵거나 힘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하고 복잡한 더욱이 비용까지 소요되는 방법을 통해 얻은 성과에 만족스러워한다면 생산성 개선이나 향상은 커녕 극악의 비효율적 대응이다.

20세기 말, 1990년대 중반 이후는 원도우즈에 의해 맥을 비롯한 다른 운영체제들이 초토화 되는 마이크로컴퓨터, PC의 암흑 시대가 있었다. 이후 유일하게-유닉스/리눅스를 제외하고-생존한 맥은 원도우즈 사용자와 개발자에 의해 말 그대로 기타적 존재로 취급 받았다. 맥의 킬러 소프트웨어였던 엑셀이나 포토샵 등은 일찌감치 원도우즈의 킬러 소프트웨어로 전환되었다. 냉정하게 기능적으로나 비용적으로나 그리고 성능적으로도 업무용 컴퓨터 시스템으로서 맥을 선택해야 할만한 합리적 이유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하여 애플과 맥에 충성스러운 사용자들은 불편하고 부족한 상황을 어렵사리 극복해가면서 애플의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작은 공헌을 했고, 어느새 유구한 전통 마냥 애플, 맥 사용자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십수년이 지난 사이 이제 맥은 비록 시장 점유율에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 덕에 절대적인 신규 사용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난 세대 맥 사용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규 맥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에 기반한 극복의 기술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신규 맥 사용자들은 이러한 대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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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이든 업무적이든 일의 수행에 따른 불편함을 이런저런 방법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나쁘지만은 않은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와 관련한 영역에서 이러한 경우가 빈번하다면 가능한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의 경우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다시금 적절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전체적인 협업 체계에서 비효율적이면서도 불안하고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특히 업무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도구로서의 가치와 취미로서의 가치를 일치 시켜려는 노력이 한다면, 내가 언제나 주장하는 바와 같이 끈질긴 노력 보다는 과감한 포기가 훨씬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주고 싶다. 물론 그 상대가 기업의 경영자나 소유주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GTD 시스템을 운용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단 하나의 원칙을 꼽으라면, 목표가 목적을 규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목적을 망각하고 목표에 집중하는 경향이 너무 크다. 한두 번의 단기적 성과에는 적응 가능한 방법일지 모르지만 결국 목적을 잃고 수 많은 목표에 갇히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이른바 주객전도의 상황이다.

일상이나 업무와 관련하여 많은 이들이 컴퓨터 시스템 혹은 프로그램 운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마치 자신의 인생에 도전 마냥 해결하기 위해 열정과 정열을 쏟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구의 문제는 도구답게 해결하는 자세가 가장 합리적이면서도 현명한 대응이다. 자신이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전문가를 부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