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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6일 일요일

빠른 맥으로 내 일상이 달라지지 않은 듯 ?

이미 한 세대를 지난 맥 사용자로서 애플의 제품 라인이 애플의 자체 마이크로프로세서, 즉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되고 있고, 또 출시된 M1 마이크로프로세서 탑재 모델의 성능에 대해-나의 예상과 달리-매우 우호적이다. 현재 나는 맥 미니 2018과 맥북프로 2011 13-인치를 사용하고 가끔씩 아내의 맥북프로 2019 13-인치를 몰래 사용하고 있다.

사실 맥 미니 2018이나 맥북프로 2019를 구입하게 된 것은 성능과 기능의 문제라기 보다는 맥북프로 2011에서 Mojave 운용체제의 지원가 공식적으로 중단되면서 대응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렇다, 나의 GTD 시스템의 OmniFocus가 3.11 버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Mojave 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OmniOutliner 5 마저 5.8 버전 이후부터 Mojave 이상을 요구했다.

그렇더라도 DevonThink와 Scrivener는 여전히 구형 OS에서도 잘 작동하기 때문에 버텨 볼 생각이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 수행에 따른 시스템 구입 기회가 온 덕분에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맥 미니 2018과 맥북프로 2019 모두 마이크로프로세서, CPU는 기본 사양으로 하고 여력의 비용으로는 메모리를 왕창 늘리고 주변기기 운용을 위한 여러 어댑터를 확보했다.

하지만 예전 같았다면 메모리나 내부 저장 장치 용량 보다는 우선 가장 빠른 CPU를 먼저 선정하고 나머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로 고민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있어 컴퓨터 시스템을 선택함에 있어 CPU는 가장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었다.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질 않지만 한참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 도입의 최우선 기준이 ‘빠름’이었다. HP-UX 기반 워크스테이션과 서버를 사용하던 시절이었으니, CPU의 갯수가 늘어나거나 클럭 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건 거짓말 조금 보태서 거의 새로운 본체를 하나 구입하는 거랑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 개발의 성과는 빠른 CPU, 넘치는 메모리, 그리고 역시 빠른 3D 그래픽스 가속 장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기대한 연구 성과가 부진한 탓을 컴퓨터 시스템의 성능 부족이나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부재로 변명했다.

하지만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어느 날 나의 연구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미국의 모 대학의 P 교수 연구실을 보게 되었다. 사실 그의 명성에 비유하자만 연구실에 슈퍼 컴퓨터가 들어 앉아 있다고 해도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그의 연구실에 있는 시스템은 출시된 지 한참이나 지금 더욱이 성능으로 보자면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SGI와 SUN의 엔트리 레벨 워크스테이션들이 가득 했다. 정말 이게 다인지 눈을 의심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기하학적 이론에 기반한 3차원 비선형 곡면 모델링 연구에 고성능의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가 사용하는 하는 시스템에 비해 아마 열배는 느릴 것 같은 구형 시스템으로 그런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넘어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연구비는 차고 넘칠 것이니 일부러 그런 시스템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면 정말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니면 정말 학교 지하에 전용 슈퍼 컴퓨터를 숨겨 놓았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후 나의 빠른 컴퓨터에 대한 욕심 내지는 욕망은 일상의 우선 순위에서 다소 밀려나게 되었다. 물론 학교나 회사에서 시스템을 새로 구입하도록 해준다는 것에 대해 굳이 마다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구입에 있어서는 빠른 성능 보다는 가능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즉 업그레이드가 보장되는 제품 선택이 우선하게 되었다. 사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후자가 더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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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애플이 68K에서 PowerPC로 다시 X86으로 그리고 마침내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할 때에도 특별히 기대나 희망을 가지지 않았다. 더욱이 애플의 제품이나 아무리 속도나 빠르더라도 결구 지원 소프트웨어의 한계가 분명하니 결과는 예상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물론 X86으로의 전환은 그 이전에 비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은 일단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하지만 최종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빠른 업무 처리나 연구 개발의 완성을 위해 빠른 컴퓨터 시스템이 최우선적이라고 강변하는 이들을 보면 웃으면서 내 경험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빠름으로 과연 오늘과 얼마나 다른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지 스스로 한번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한다. 충분 조건은 분명하지만 실제 필요 조건인지는 의문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오랜 맥 사용자인 내게 애플 새로운 M1 마이크로프로세서 그리고 곧 예고되는 M2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맥 모델의 등장에 개인적으로 구입 의사에 대한 판단을 묻는 경우가 잦다. 그러면 한 마디만 해준다. 한/글(아래아 한글)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라이센스로 구동되지 않으니 직접 구입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응은 한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