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8일 목요일

할 수 있는 일의 시작과 함정

사람들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생각하는 일이 언제나 그 잘할 수 있음의 대상으로서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일의 우선 순위에서 할 수 있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뒤로 미뤄두고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매 계절, 매 년 우리는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이 일 목록에 그대로 올려지 있음을 확인한다.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또 지금 고민할 일이 아니라고 평가하면서 다시금 뒤로 미루게 된다. 할 수 있는 일이니 시작은 언제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시간이나 노력이 아닌 결심의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대개는 심각한 착각이다.

과격한 비교일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퇴직 후 혹은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창업을 하는 경우를 보면, 그 일을 비즈니스라 부르든 사업이라 부르든 혹은 장사라 부르든 이른바 창업에 대한 결정은 선택의 여지가 다양한 경우가 아닌 최후의 방안으로 창업에 뛰어든 사례가 많다.

자신이 잘 하는 일에 발휘할 역량을 대부분을 소모한 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창업을 하게 된다. 덕분에 마음 고생, 몸 고생 등 갖은 노고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바를 얻기는 힘들다. 자신이 잘할 수 있다는 기대 외 다른 주변 역량을 모두 소진된 상태이니 결과는 충분히 예상될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을, 더욱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일을 한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물론 미뤄도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지금 처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다. 진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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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가장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 지금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없은 일이 될 수도 있고, 더 심각하게는 하기 싫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실상 할 수 없는 일이었고 하고 싶은 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다시금 하고 싶은 일을 찾거나 하고 싶은 일인지 스스로 고민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 이들이 여전히 주변에 많다.

2021년 6월 12일 토요일

코로나로 인한 활동 제약의 순기능 ?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수 많은 일을 겪었고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지속되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덕분에 많은 일상의 변화가 더 이상 변화가 아닌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그 가운데 전에는 정말 예상치 못한 것이 업무와 관련한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이 필수적인 경우에서 가능한 지양해야 할 선택적 사안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만나러 간다는 자체도 찜찜하지만 만나야 하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화나 이-메일 혹은 화상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렵고 낯설었지만 어느새 일상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더욱 간편한 회의 환경을 만들거나 또는 단순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회사나 학교 내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런 대응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이라도 몇 차례 직접적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격리 상황을 겪고 나면 자연스럽게 비대면의 상황을 추구하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세상 다 산듯 막무가내인 경우도 없지는 않다.

이러한 변화는 관련된 많은 주변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광을 위한 국내외 여행이 아닌 업무적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여행이나 숙박 업계 등은 엎친데 겹친 겪이 아닐까 싶다. 사실 사업차 출장은 빈도는 적지만-자기 돈 쓰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에서-씀씀이는 큰 편이다. 교통비나 유류비 지원을 편하게 요청할 수 없는 직급 낮은 이들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한번 이러한 상황을 겪은 기업이나 학교에서는 출장 자체의 가치 혹은 출장에서의 비용에 대한 효용성을 보는 시각이 매우 냉정해졌다. 함께 하는 이도 줄었고 덕분에 씀씀이도 줄게 되고 그로 인해 결제의 빈도 역시 줄게된 덕에 비용 지출이 보다 쉽게 드러나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업무적 비용에 개인적 비용이 묻혀지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그런 식으로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출장을 가서도 활동이 예전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움직이는 돈이 드는데, 장소와 내역이 쉽게 드러나니 허튼 짓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점점 출장 당사자들도 출장 자체를 꺼리게 된다. 문제가 지금까지 출장을 가야만했던 일의 상당한 부분이 아무런 문제없이 처리된다고는 것이고, 그로 인해 다음 출장 승낙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디지털 기기나 소프트웨어 활용에 익숙지 않다면 온라인 화상 회의 등의 사용은 물론 낯선 상황에서의 업무 진행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많은 일들이 취소 되거나 수정되기도 한다. 예로 학교라면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지도 못한 상태에선 값비싼 등록금의 가치를 느끼게 어렵게 되었고, 선생들도 온라인 강의에 노력한 수고가 학생들에게 온전히 전달되었는 지 확인하기 매우 어렵다.

짧은 학기를 가진 전문대학 등에서는 학생들이 제대로 학교를 가보지도 못한 채 졸업을 맞이하게 되는 정말 황당스러운 상황을 겪게 되었다. 물론 현재 상황으로 보아 4년제 대학교의 경우도 만만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들에게 대학생으로서 시간은 어떤 의미로 생에 남을 지 안타깝다.

이러한 외부 활동 제약이 적지 않게 비용 지출을 줄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내용적 여부에 상관 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에서 걱정과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도 분명하다.

2021년 6월 6일 일요일

빠른 맥으로 내 일상이 달라지지 않은 듯 ?

이미 한 세대를 지난 맥 사용자로서 애플의 제품 라인이 애플의 자체 마이크로프로세서, 즉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되고 있고, 또 출시된 M1 마이크로프로세서 탑재 모델의 성능에 대해-나의 예상과 달리-매우 우호적이다. 현재 나는 맥 미니 2018과 맥북프로 2011 13-인치를 사용하고 가끔씩 아내의 맥북프로 2019 13-인치를 몰래 사용하고 있다.

사실 맥 미니 2018이나 맥북프로 2019를 구입하게 된 것은 성능과 기능의 문제라기 보다는 맥북프로 2011에서 Mojave 운용체제의 지원가 공식적으로 중단되면서 대응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렇다, 나의 GTD 시스템의 OmniFocus가 3.11 버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Mojave 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OmniOutliner 5 마저 5.8 버전 이후부터 Mojave 이상을 요구했다.

그렇더라도 DevonThink와 Scrivener는 여전히 구형 OS에서도 잘 작동하기 때문에 버텨 볼 생각이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 수행에 따른 시스템 구입 기회가 온 덕분에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맥 미니 2018과 맥북프로 2019 모두 마이크로프로세서, CPU는 기본 사양으로 하고 여력의 비용으로는 메모리를 왕창 늘리고 주변기기 운용을 위한 여러 어댑터를 확보했다.

하지만 예전 같았다면 메모리나 내부 저장 장치 용량 보다는 우선 가장 빠른 CPU를 먼저 선정하고 나머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로 고민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있어 컴퓨터 시스템을 선택함에 있어 CPU는 가장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었다.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질 않지만 한참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 도입의 최우선 기준이 ‘빠름’이었다. HP-UX 기반 워크스테이션과 서버를 사용하던 시절이었으니, CPU의 갯수가 늘어나거나 클럭 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건 거짓말 조금 보태서 거의 새로운 본체를 하나 구입하는 거랑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 개발의 성과는 빠른 CPU, 넘치는 메모리, 그리고 역시 빠른 3D 그래픽스 가속 장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기대한 연구 성과가 부진한 탓을 컴퓨터 시스템의 성능 부족이나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부재로 변명했다.

하지만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어느 날 나의 연구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미국의 모 대학의 P 교수 연구실을 보게 되었다. 사실 그의 명성에 비유하자만 연구실에 슈퍼 컴퓨터가 들어 앉아 있다고 해도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그의 연구실에 있는 시스템은 출시된 지 한참이나 지금 더욱이 성능으로 보자면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SGI와 SUN의 엔트리 레벨 워크스테이션들이 가득 했다. 정말 이게 다인지 눈을 의심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기하학적 이론에 기반한 3차원 비선형 곡면 모델링 연구에 고성능의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가 사용하는 하는 시스템에 비해 아마 열배는 느릴 것 같은 구형 시스템으로 그런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넘어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연구비는 차고 넘칠 것이니 일부러 그런 시스템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면 정말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아니면 정말 학교 지하에 전용 슈퍼 컴퓨터를 숨겨 놓았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후 나의 빠른 컴퓨터에 대한 욕심 내지는 욕망은 일상의 우선 순위에서 다소 밀려나게 되었다. 물론 학교나 회사에서 시스템을 새로 구입하도록 해준다는 것에 대해 굳이 마다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구입에 있어서는 빠른 성능 보다는 가능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즉 업그레이드가 보장되는 제품 선택이 우선하게 되었다. 사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후자가 더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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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애플이 68K에서 PowerPC로 다시 X86으로 그리고 마침내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할 때에도 특별히 기대나 희망을 가지지 않았다. 더욱이 애플의 제품이나 아무리 속도나 빠르더라도 결구 지원 소프트웨어의 한계가 분명하니 결과는 예상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물론 X86으로의 전환은 그 이전에 비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은 일단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하지만 최종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빠른 업무 처리나 연구 개발의 완성을 위해 빠른 컴퓨터 시스템이 최우선적이라고 강변하는 이들을 보면 웃으면서 내 경험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빠름으로 과연 오늘과 얼마나 다른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지 스스로 한번 평가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한다. 충분 조건은 분명하지만 실제 필요 조건인지는 의문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오랜 맥 사용자인 내게 애플 새로운 M1 마이크로프로세서 그리고 곧 예고되는 M2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맥 모델의 등장에 개인적으로 구입 의사에 대한 판단을 묻는 경우가 잦다. 그러면 한 마디만 해준다. 한/글(아래아 한글)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라이센스로 구동되지 않으니 직접 구입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응은 한결 같다.

2021년 6월 3일 목요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의 배신

주변에 클라우드 추종자가 적지 않다. 나 역시 개인 용도의 드랍박스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비즈니스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저 개인용 파일 공유나 백업 용도가 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업무 관련한 파일의 공유는 거의 클라우드 기반이 핵심 환경이다.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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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클라우드 서비스 가운데 중심은 현재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원 드라이브(OneDrive for Business)였다. 드랍박스의 프로페셔널 서비스를 포기한 이래, 용량 문제로 원 드라이브를 계속 사용해왔지만(각 1TB의 두 개 계정을 사용하고 있다), 의외로 자주 오류를 경험하고 있다. 전체적인 서비스 문제이기도 하고 자주 동기화 문제를 겪기도 한다. 얼마전에는 아예 동기화 자체가 한동안 수행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원 드라이브의 경우 새로 서비스가 시작되는 경우, 기존 파일에 대한 전체적인 동기화 점검을 매번 수행한다는 것이다. 거의 1TB에 달하는 용량의 동기화는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짧게는 수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를 넘기도 했다. 더욱이 Windows 환경과 macOS 환경 간의 동기화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동기화 부재 사태가 몇 시간 단위에서 끝나지 않았다. 거의 하루를 넘어 지속되었고, 몇 번의 서비스 재시작이나 시스템 리부팅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아 결국 원 드라이브 재설치를 통해 다시 동기화를 수행했다. 하지만 동기화 자체 역시 매우 불안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급하게 구글 G Suite 서비스의 구글 드라이브로 전환했다. 다만 순간 구글 드라이브와 백업 및 동기화 기능의 충돌로 당황하기도 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원 드라이브의 문제는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원 드라이브 못지 않게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역시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동기화와 관련되어 있다. 구글 역시 앞서와 같은 문제로 계속 신경을 쓰게 만들고 있다. 역시 드랍박스만한 서비스가 없단 말인가?

사실 드랍박스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비용적 부담을 떠나 상대적으로 단순한 원격 파일 저장소로서의 기능이 핵심이다 보니 다른 환경적 서비스와는 차이가 있어 전환후에는 결국 다른 불편한 문제가 생길 것이 뻔하다 보니. 어느새 파일 저장소 이상의 활용 범위로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이 확장되어 버린 탓인 것 같다.

이제 대부분의 주요한 서비스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진화하고 확장하고 있다. PDM/PLM은 물론 3D CAD까지 클라우드 기반으로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PLM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용된다면 다른 서비스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ERP나 PDM/PLM이 클라우드로 운용되는 동안 네트워크 연결 혹은 속도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 지 알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한 대응 조치를 위한 서버나 서비스를 별도로 마련할 수도 있지만, 결국 네트워크 연결이 끊어지면 어떤 경우라도 최악이다.

생각해보니 클라우드 서비스가 주는 효용성에 비례하여 문제 발생에 따른 충격은 절망적인 수준이었다.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어딘 가에 있을 오프라인 서버에 기반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클러스터로 연결되어 서비스 중단 사태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 수치적인 값은 현실적으로 무중단에 가깝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으니 그 불완전함에 언제 내가 닥칠 지 모른다.

결국 클라우드 서비스의 배신이 두려워 둘 이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따로 서버를 마련해서 백업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답이라고 해서 항상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기술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그저 작은 시도일 뿐이 분명하다.

2021년 5월 7일 금요일

좋은 도구 혹은 필요한 도구

맥 사용자로서 가끔씩 유명 프로그램 개발사로부터 할인 이벤트 소식을 받게 되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용을 살핀다. 특히 여러 프로그램들이 번들 구성으로 판매하는 행사에는 유혹을 떨치기는 꽤나 힘들다. 항상 마음을 붙잡는 한두 개의 어플리케이션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고, 실제 지금까지 내가 애용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이런 이벤트를 통해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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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도구들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집안에서 하는 운동 기구를 구입하고 나서 몇번 사용하지 않고 옷거리나 장식대가 된 경험은 누구가 있을 듯 하다.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공구 등도 마찬가지이다. 1년에 한번은 커녕 수년이 지나도 겨우 한번 쓸까말한 제품도 눈에 곧잘 띄인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이 모드 좋은 것들이다. 아니 최소한 나쁘지 않은 것들이다. 성능이나 기능에서 구입할 당시 손색이 없던 것들이지만, 구입 후 현실에서 그 필요성은 잘 눈에 띄이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번들에 포함된 십여 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기대한 필요성 자체가 사라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애초 그 필요성이 절대적이지 않았기도 하고 이미 익숙한 다른 어플리케이션에 의해 처리되고 있기도 한 덕분이다.

좋은 프로그램으로서 사용할만한 것임에는 분명했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새롭게 사용할 대상은 명확하지 않았다. 앞서처럼 명확한 대상이 있더라도 결국 손에 익숙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효율적이었다. 하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선택이 또 다른 하나의 결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요즈음이야 컴퓨터 시스템의 저장 공간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예전이라면 값 비싼 공간을 차지하는 좋은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할지를 두고 꽤나 고민했던 시절이 많았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일이든 물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할까말까 망설이다가 그리고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실행하거나 구입했다가 마무리되지 못하고 계속 미뤄지거나 사용 대상을 찾지 못해 굴러다가는 경우가 일상인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좋은 것으로 판단에서 시작되었다. 좋은 것이나 결과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판단은 필요한 판단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일상의 운동이라는 그야말로 좋은 목적의 도구로 구입한 운동기구는 버리지 못하는 값 비싼 수건걸이로 전락해버리는 비슷한 경험은 한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주변을 보자면 정말 좋은 것이지만 불필요한 것들이 넘쳐나고 있다. 좋은 것이 꼭 필요한 혹은 필요할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소프트웨어든, 일이든, 또는 물건이든 그 필요성은 과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 필요성을 찾지 못하거나 알아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당장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버리거나 숨겨버린 뒤 다시 다시 찾고 구입하느라 고생한 일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런 걱정에 현재 불필요한 것이 분명한 대상을 무작정 쌓아두거나 미뤄 둘 수도 없다. 공간의 여유가 있다면 임시로 옮길 수 있겠지만, 임시적 이동은 말 그래도 임시적일 뿐이다.

이상적이라면 좋은 도구의 현실적 필요성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응일 수 있다. GTD 시스템에서 수집 대상에 대한 평가와 분류를 위한 과정을 거쳐 최적의 필요성을 탐색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러한 과정이 얼마나 객관적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고민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과감히 포기하도록 스스로를 관리하고 있다. 좋든 필요하든 고민하게 만드는 대상은 대부분 버려질 수 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눈과 귀는 여전히 필요한 것 보다는 좋은 것을 탐닉하고 있다.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삶의 관리 체계와 모순적인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가끔 삭제하지 않고 버리지 않고 남겨둔 작은 어플리케이션이나 물건들이 가진 역시나 작은 필요성이 의외로 큰 효용성을 주는 경우가 없진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요즈음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것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값 비싼 수업료를 치른 댓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필요성을 판단하는 나아졌다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이든 필요한 것이든 새로운 것은 접하는 그 자체의 무게와 그로 인한 피로감을 피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강해졌다. 결국 새로운 것이란 없다. 그저 새롭게 보일 뿐이었다.

현재의 문제를 세련되게 해결할 수 있는 도구는 없다. 아니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에 대한 고민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원인을 인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현재의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다. 좋은 도구, 필요한 도구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을 잠시 부정하고픈 새로운 핑계거리였지 않나 싶다.

2021년 5월 6일 목요일

Hit Snag 서비스의 성공을 기대하며

Mac 사용자로서 간혹 PC/Windows 혹은 Android 환경과의 차이가 어떤 부분에서는 급속히 줄어 들고 있지만 또 다른 부분에서는 여전히 혹은 더 멀리 벌어지는 경향을 함께 느끼게 된다. 1980년대 중반 Macintosh가 등장한 이후 한 세대 가까이 겪고 있는 일이다. 때문에 어느 한 쪽의 환경만을 경험한 사용자들 가운데 다른 환경의 불편함 혹은 새로운 등증한 기능을 보고, 아직 이런 기능이 없었단 말인가 혹은 이렇게 불편한 기능을 운용하고 있단 말인가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각 기능의 전체적인 면이라기 보다는 일부 기능에 국한된 경우일 수도 있다.

최근 공개된 Hit Sang 서비스(물론 PC/Windows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다)를 보고 그 기능에 관심을 가지거나 흥미를 느껴 공개된 영상을 보고 나서 느낀 점은-OmniFocus 사용자로서-이런 기능이 뭐가 새롭다는 것인가 였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언급한 바와 같이 내가 OmniFocus의 Mail Drop 기능을 애용한 덕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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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OmniFocus의 Mail Drop과 Hit Snag의 기능 간 비교를 위한 포스팅은 아니다. 간단하게 일상에서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한 생각, 즉 인터넷 또는 웹 기반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얼마나 더 다양한 기능이나 제품이 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단상(斷想)일뿐이다.

Hit Snag의 기능은 단순하게 적자면, 이-메일 사용이 잦은 상황에서 특정 이-메일을 생산성 관리 도구로 운용하는 여러 어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통하여 수집할 수 있도록 일종의 이-메일 포워딩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특정 메시지나 정보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OmniFocus에서만 수집 가능한 Mail Drop 서비스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Google Docs나 Trello 등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단순히 이-메일의 메시지나 링크만 수집되는 OmniFocus에 비해 다양하고 유연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지원할 서비스는 계속 확장될 예정이라고 하니 OmniFocus 외 다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Mac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다.

이제 갓 시작한 서비스로서 Hit Snag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모르겠지만, 단순하게 기능적인 면에서 아직 이런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신선하기도 하고 꽤나 흥미로움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Hit Snag의 웹 페이지에서도 이런 기능이 GTD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간단히 적고 있다.

앞으로 Hit Snag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OmniFocus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확장성과 생산성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볼 때, 유사한 서비스의 출현도 넘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이-메일 기반의 이런 서비스의 구현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니.

2021년 4월 7일 수요일

OmniFocus 3 안내서 - 프로젝트 구조의 구성 #2

이전 포스팅에서는 OmniFocus를 사용하면서 과다한 프로젝트의 계층 구조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적었다. 하지만 OF가 프로젝트 관리 도구는 아니지만 일에 따라 범위나 깊이가 일상적으로 다루는 수준이 이상일 경우도 드물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우 하나의 프로젝트를 2 ~ 3 단계 수준으로 유지하게 될 때, 내부에 너무 많은 세부 프로젝트가 생성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대한 대응은 단순하게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간 기준으로든 내용 기준으로든 여러 개의 프로젝트로 분할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별도로 모아 순차적 관리가 필요하다면 폴더를 만들어 한 곳에서 관리할 수도 있다. 그러하다고 해도 한 화면에 수십개를 넘어 100 여개의 프로젝트가 쌓일 수도 있다. 시각적으로 결코 좋은 그림은 아니다.

이때 눈으로 보이는 화면을 보다 이쁘게 구조적으로 만들려고 과도한 정리를 해서는 안된다. 물론 충분히 계층화된 처리가 효과적인 업무라면 당연히 계층 구조를 이용하면 구성하는 것이 좋다. 다만 눈에 보기 좋도록 하기 위한 조치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GTD 시스템으로 OF의 운용은 관리 기준에 따라 관리 대상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전체 프로젝트 현황을 보고 관리하는 것 보다 백배 효율적이다.

OF에서는 각 프로젝트(세부 프로젝트에서는 불가하다)에 대한 검토 기간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정이 잦거나 자주 점검해야 하는 프로젝트라면 최소 1일 단위로까지 검토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때문에 분할된 각 프로젝트를 일일 검토 사안으로 관리한다면 전체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 수준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계층화된 프로젝트를 여러 개의 프로젝트로 분할하기 위해서는 각자 나름의 요령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을 한번에 모두 완성 시킬 필요는 없다.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가 지속되면서 검토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수정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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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회사나 사업과 연관된 일의 프로젝트라면 상대적으로 양도 많고 복잡할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분할하여 여러 프로젝트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 내부 각 단계의 세부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이에 따라 분할하는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프로젝트의 규모와 내용 그리고 기한 등이 상대적으로 크고 많고 그리고 길다면 분할의 기준을 잡기 모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에 분할하려고 너무 애를 쓰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반면 나의 경우는 전체 프로젝트를 일단 조각을 낸 후, 폴더 단위로 넣어 검토 기간을 짧게 지정한 후 여러 프로젝트를 검토 과정에서 일괄 관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GTD 시스템으로서 OF는 전체 프로젝트가 아닌 개별 사안을 검토 기간에 맞춰 관리하는 방식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스타일을 취한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OF의 모든 프로젝트를 일괄적으로-프로젝트 개요 중심으로-관리하는 방법과 검토 기간에 맞춰-검토 개요 중심으로-관리하는 방법으로 나눌 때, 어느 하나의 방법이 전적으로 우수하다고 하기는 힘들다. 결국 업무 내용과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GTD 시스템이란 것이 자신의 업무 관리 스타일에 맞도록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업무 관리 스타일을 보다 GTD 시스템이 지향하는 바에 적응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2021년 4월 5일 월요일

OmniFocus 3 안내서 - 프로젝트 구조의 구성 #1

OmniFocus(OF)의 경쟁 우위의 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는 프로젝트 심지어 태그(컨텍스트)에 대한 계층 구조를 지원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다른 GTD 어플리케이션에서도 계층 구조의 프로젝트를 지원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OF와 경쟁 관계의 제품 가운데에서 전체적인 완성도면에서 OF는 단연 선택 우위에 있다.

GTD 시스템에서 계층화된 구조의 프로젝트는 업무 관리를 위한 매우 효율적인 기능 요소가 분명하다. 하지만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프로젝트와 같은 요소를 계층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Things와 같이 프로젝트의 계층 구조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는 나름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OF의 계층 구조 프로젝트는 기능적으로 아무런 문제 혹은 단점이 없다. 반대로 계층 구조의 프로젝트가 지원되지 않은 GTD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그 답답함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OF의 사용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프로젝트의 계층화 구조 함정에 빠져 곤란을 겪어본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한다.

만일 OF의 프로젝트 구조가 3 단계를 넘어 확장된다면-일단 폴더 구조를 제외하더라도-관리의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 폴더 구조까지 사용한다면 대충 하나의 업무 사항까지 4 ~ 5 단계 수준까지 확장된 것이다. 경험에 비춰 3 단계 이상 확장되면 관리 자체의 부하가 급격히 증가하며, 그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 일이 아닌 관리 체계를 관리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본다.

늘 강조하지만 GTD 시스템은 특정 업무에 집중된 프로젝트들을 관리하는 도구가 아니며, 더욱이 OF3를 비롯한 모든 GTD 어플리케이션이 그러한 기능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프로젝트라는 기능적 용어로서 업무 목록에 대한 계층화 구조가 지원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일반적인 프로젝트 관리 기능과는 애초부터 비교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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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OF를 이용하여 GTD의 프로젝트를 관리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목표가 분명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한 다수의 세부 항목을 포함하는 업무 그룹을 관리하는 방식을 뜻한다.

다시 말해 GTD의 프로젝트를 기대한 목표 달성을 위한 기준으로 필요한 모든 사항을 포함하는 완벽한 프로젝트 관리 구조로 구성하려고 한다면 매우 어렵고 험난한 일이다. 개별 업무의 실행 및 수정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구조의 완벽성에 집중하게 되는 순간 GTD 시스템은 신뢰성을 잃게 된다.

GTD 시스템에서 관리 되는 프로젝트의 수가 많다고 걱정할 수도 있다. 현재 OF의 프로젝트 수가 100개가 넘어가서 화면에 제대로 보기 힘들다고 일부러 계층화된 프로젝트로 전환한다는 것은 GTD 시스템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전 포스팅에서 너무 많은 프로젝트 혹은 항목을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적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GTD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할만한 일이 아님에도 무조건 수집하고 프로젝트로 구성했다면 분명 프로젝트를 정기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젝트가 3 단계 이하로 확장될 정도로 복잡해진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수의 프로젝트는 분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프로젝트의 구조가 너무 확장되면 GTD 시스템이 지향하는 개별 사안의 실행과 수정을 통한 현재 실행 가능한 일의 우선적 처리라는 기본 핵심을 제대로 운용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특히 계층화된 프로젝트의 세부 프로젝트와 프로젝트의 각 항목의 설정 요소를 제대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실행 시기나 완료 시기에 대한 확인 역시 어렵게 된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OF를 사용하면서 Things의 단순함이 가지는 효용성을 적절히 이용할 필요가 있다. Things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이런 점에서 사용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 3월 20일 토요일

일상의 악몽, 유령 프로젝트

악몽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딱히 부적합 하지는 않은 게 일상적인 꿈도 계속 반복되면 뭔가 싶은 생각이 점점 커지면서 어느 순간 눈을 감는게 두려울 떄가 있다.

무언가 일을 위한 계획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 오늘 계획한 것이 분명 지날 달, 지난 해 계획한 바와 같거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직감하면 처음에는 푸념 섞인 웃음으로 넘기지만 계속 반복되면 자괴감이 들고 나중에는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는 과정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일상에서는 이런 사안을 사소하게 넘길 수 밖에 없다. 눈 앞에 닥친 크고 작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의 GTD 시스템을 가득 채운 프로젝트 목록 가운데에도 작년, 재작년 혹은 그 이전부터 자리잡고 있던 대상들이 많다. 몇몇은 장기간 계획한 바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반면 다른 몇몇은 매 년 심지어는 매 계절 삭제되었다가 다시 올려진 대상들이다. 처음 수집 당시 제목은 다르지만 내용적으로 결국 동일하다. 그리고 이런 경우의 상당수는 앞으로도 같은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GTD 시스템에서 불필요한 사안으로 평가되어 결국 삭제 됨에도, 신기하게도 교묘하게 유령처럼 다시 등장한다. 사실 그런 반복적 대상을 처리할 별도의 대안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수 많은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 사안을 다시 삭제하거나 실행해야 한다고 적는다면 오늘의 글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좀더 다른 시각에서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을 대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업무가 아닌 일상의 개인적 일을 다루는 관리 시스템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사안들은 분명 나름의 의미가 있다. 업무적 측면에서 삭제와 재등장이 반복적되는 경우는 정말 불필요한 대상이니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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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GTD 시스템 내에서 사라진 듯 하다가 어느새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떠들고 있는 대상 프로젝트를 이제 마주해야 할 떄가 되었는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그 프로젝트가 아닌 의미를 외면했는 지 모른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분명한 하나의 이유는 나에게 시간이 넉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삶의 어느 순간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 않음을 인식하게 된다. 나아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GTD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지 못한 그런 사안의 존재를 마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일 수도 있고 소중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단순하게 부담스러워 회피한 사안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을 선별하고 관리하라고 할 수는 없다. 이미 수 많은 관리의 과정과 시간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유령처럼 시스템에 남겨져 있다면 그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포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포기할 수 밖에 없음을 외면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 아닌 악몽이 아닌 진짜 꿈에 대한 바램을 살릴 마지막 기회가 오늘 주어진 것이다. 다만 이런 일이라면.. 목표를 바라볼 필요는 없다. 이룰 수 있는 목표라면 이미 시작 되었고 결과에 이르렀을 것이다. 오직 목적만이 가치가 있을 뿐이다. 지난 온 길을 돌아볼 때 서 있는 자리로 이어진 발자국이 없다는 것이 악몽이다.

2021년 2월 28일 일요일

OmniFocus 3 안내서 - 아웃라인 보기 옵션, 사용 가능 vs. 남은 항목

OF3를 GTD 시스템으로 사용함에 있어 가장 핵심적 효용성을 제공하는 기능의 하나를 꼽으라면, 프로젝트에 대한 아웃라인 보기 옵션의 활용이라고 자신한다. 반대로 만일 현재 OF3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웃라인 보기를 어떻게 설정되고 사용하는 지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에 비춰 OF3가 효율적으로(혹은 정상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아웃라인 보기를 ‘사용 가능’으로 설정 한다. 그러면 OF3에는 관리되는 모든 일에 대하여-지연되거나 보류되는 일이 아닌 대상 가운데-현재 그리고 향후 순차적으로 먼저 해야 할 일들이 표시된다. 병렬 프로젝트에서는 같은 순위의 일들이 모두 표시된다. 그리고 현재 해야하는 일을 처리하면 다음 일이 나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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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인의 ‘사용 가능’ 설정과 함께 유사한 ’첫번째 사용 가능’ 설정이 위에 있는데, ‘첫번째 사용 가능’은 프로젝트의 내용이나 구성과 무관하게 정렬된 순서에서 최우선(최상단) 대상 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사용 가능’ 설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병렬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최상단 항목만 보이기 때문에 ‘사용 가능’과 비교하여 실질적 효용성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사용 가능’이나 ‘첫번째 사용 가능’ 설정과 무관하게 OF3가 표준 개요 화면의 프로젝트 항목들에 대해서 자동 정렬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입력 조건 등의 변경에 따라 실행 순서를 수동으로 변경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각 프로젝트 내 항목에 대한 정렬은 자동 정렬을 지원하는 검토 개요나 사용자 개요 등을 활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아웃라인 보기 옵션을 바꾸지 말고 검토 개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아웃라인의 ‘사용 가능’에 대응되는 다른 보기 옵션이 ‘남은 항목’이다. ‘남은 항목’은 단순하게 현재 프로젝트 내의 해야하거나 계획된 모든 일을 보여 준다. 프로젝트의 모든 항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OF3 사용자에게 거의 기본 설정과 같다고 본다. 만일 프로젝트 내의 항목이나 세부 프로젝트의 수가 적거나 혹은 단순하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화면에 너무 많은 대상들이 보여 시각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한편으로 언제나 프로젝트 내의 모든 항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 관리가 용이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관리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OF3의 ’사용 가능’ 보기와 ‘남은 항목’ 보기 간의 우열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GTD 시스템으로 효율적 운용을 위한 ‘사용 가능’을 선택했다면 화면에 나타나는 ’사용 가능’ 항목과 이후 나타날 ‘사용 가능’ 항목들간의 순위가 항상 신뢰할 수 있도록 Reflect, 관리 단계에서 프로젝트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상적으로 두 보기 옵션 간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대부분 결국 자연스럽게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남은 항목’ 보기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