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6일 일요일

사실상 주 4 일 근무~스러운 주말 일상

금요일 점심 시간을 지난 오후, 어느새 업무와 관련하여 전화를 주고 받는 건 피차간 예의가 아닌 시절이 되었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이다. 담당자는 그럴싸한 이유로 자리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화가 되더라도 어린 친구라 다음 주를 기약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정말 급한 일이라면 개인 통화를 하겠지만 앞의 이유로 대개 이-메일을 통해 사안을 알리는 정도로 대응한다. 어차피 실제 업무 처리는 다음 주 월요일이나 시작될 것임을 서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금요일 오후는 주말 모드로 바뀌게 되었다. 덕분에 길게 보자면 사실상 거의 3 일에 걸친 주말이다. 더욱이 월요일 오전은 발 등에 불 떨어진 일이 없다면 여유로운 회의로 한두 시간을 보내게 되니, 월요일 점심 식후 이후부터 제대로 된 일상 모드로 바뀌게 된다.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흔치 않다고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이미 주 4 일 근무 상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런 현실은 그나마 정상적 직장 생활을 하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대표이사나 경영진 혹은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면 이런 여유는 다른 세상 일이다. 또한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사업 등 모든 형태의 자영업이라면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여유로운 보직을 맡은 공무원이나 대학생 혹은 교수 정도라면 모를까 결코 쉽지 않은 일상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간혹 그런 행운이 찾아오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잠시 운 좋아 주말이 3 일 간이든 2 일간이든 혹은 하루든 다가오는 월요일 아침를 바라보는 마음을 다르지 않다. 얼마 간 쉬었든 간에 다가올 출근 날짜에서 보자면 이미 가치가 사라진 지난 시간일 뿐이다. 언제나 같은 후회를 하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다.

보통 금요일 늦은 오후나 저녁은 절대적 업무 관계 보다는 일상적 관계의 사람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유의할 점은 금요일 오후는 교통 체증이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금요일 오후나 저녁은 그런 상황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 여파가 거의 토요일 오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토요일은 가능한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한다. 토요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주말임에도 오전 일찍 움직인다. 토요일 오후 도심을 드나드는 도로 사정은 어디나 거의 금요일 오후나 저녁과 다르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토요일 오전에 서두른 댓가로 주말 오후나 저녁은 좀더 여유로울 수 있다. 일요일이라는 다음 날에 대한 가치를 좀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일요일 아침은 지난 금, 토의 여파가 늦은 아침으로 이어진다. 만일 여행 중이거나 혹은 주말 종교를 가진 경우는 일요일 오전 시간은 포기해야 한다. 집으로 복귀하면 늦은 오후가 될 것이다. 집에서 일요일 아침을 맞는다면 짧은 여유로움의 대낯 풍경을 볼 수 있겠지만, 대개 의미 없는 일상의 시간을 보내거나 반대로 밀린 집안 일을 돕게 된다. 그리고 이 역시 늦은 오후에 마무리 될 것이다. 모두에게 월요일 출근을 앞둔 현실적 효용성의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 뭔가 의미를 둔 일을 하긴 쉽지 않다. 그러니 다음 주말을 기약하게 된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주말, 명절 연휴, 긴 방학, 그리고 짧은 휴가 등에 계획한 대부분 일이 그저 계획으로만 잠시 존재하고 사라졌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다가올 또 다른 시간을 기대하며 밀린 계획을 다시 부활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자체가 삶의 일상이 주는 여유로운 행복이라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악순환의 체감이라 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그러는 사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나이 들고 지쳐 간다는 사실 뿐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자기 몸과 마음을 학대하는 경우도 많다. 의미 없는 목표를 두고 산을 100번 오르고 전국 도로를 자전거로 달리기도 한다. 그 마저 없다면 세계를 두루 여행하기도 한다. 사진 속의 자기 모습은 꽤나 자신만만한다.

일상적 삶에서 주 5 일 근무든 4 일 근무든 혹은 주말이 3 일이든 2 일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휴가 기간이 3 주든 1 주든 지나고 나면 다를 바 없다. 처음에는 그 엄청난 차이에 흥분하지만 지난 시간은 길든 짧든 그저 지난 시간일 뿐이다.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단지 그렇다고 자위하고 다짐할 뿐이다. 그럼에도 좀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학창 시절을 긴 방학을 생각해보면 쉽게 그 결과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런 시간에 인생의 승부를 뒤집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천재적인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내게 있어 범접할 수 없는 수 많은 다른 존재 가운데 하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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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긴 주말이나 연휴 동안 아무런 목표없이 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더 안심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미 수 없이 반복되는 다짐일뿐이다. 이제 일요일 오전 이 글을 포스팅하고 의자에 등을 기대로 눈을 감은 후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