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9일 월요일

분노의 아침

아침 수업을 앞두고 정말 고민스럽다.

학생들 눈을 제대로 바라 보며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다.

지금 껏 나 같은 기성세대는 일상에 힘겨워 하는 젊은 친구들의 나약함을 일갈했다.

암울한 세상의 공포와 슬픔이란 것이 뭔지 모르면서 이토록 풍요롭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난 축복에 감사하지 못하고,

뭐가 힘들고 뭐가 어려워 그렇게 심술과 투정으로 가득한 지 꾸짖으며 한심한 비웃음을 날렸다.

나약하고 미약하고 철 없는 어린애라고 혀를 차곤 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우월한 자만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우린 다음 세대에게 제대로 된 일상 조차 물려주지 못했다.

그 시절의 불안과 공포 그리고 분노 마저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마냥 어린 타인의 힘겨움에 자위했다.

정말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하다.

우린 여전히 정말 못난 어른이었다.

젊은 날 돌 몇 개 던졌다고 할 일 다한 양 어깨에 힘준 모습이 얼마나 한심스러운 지 부끄럽다.

어린 이들의 눈에 비친 내 얼굴이 화면 가득했던 미친 반역자 집단의 얼굴과 다르지 않게 비춰질까 두렵다.

눈에 맺힌 슬픔으로 목이 메인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12월 3일은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전해질까 ?

2024년 6월 16일 일요일

사실상 주 4 일 근무~스러운 주말 일상

금요일 점심 시간을 지난 오후, 어느새 업무와 관련하여 전화를 주고 받는 건 피차간 예의가 아닌 시절이 되었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이다. 담당자는 그럴싸한 이유로 자리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화가 되더라도 어린 친구라 다음 주를 기약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정말 급한 일이라면 개인 통화를 하겠지만 앞의 이유로 대개 이-메일을 통해 사안을 알리는 정도로 대응한다. 어차피 실제 업무 처리는 다음 주 월요일이나 시작될 것임을 서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금요일 오후는 주말 모드로 바뀌게 되었다. 덕분에 길게 보자면 사실상 거의 3 일에 걸친 주말이다. 더욱이 월요일 오전은 발 등에 불 떨어진 일이 없다면 여유로운 회의로 한두 시간을 보내게 되니, 월요일 점심 식후 이후부터 제대로 된 일상 모드로 바뀌게 된다.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흔치 않다고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이미 주 4 일 근무 상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런 현실은 그나마 정상적 직장 생활을 하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대표이사나 경영진 혹은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면 이런 여유는 다른 세상 일이다. 또한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사업 등 모든 형태의 자영업이라면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여유로운 보직을 맡은 공무원이나 대학생 혹은 교수 정도라면 모를까 결코 쉽지 않은 일상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간혹 그런 행운이 찾아오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잠시 운 좋아 주말이 3 일 간이든 2 일간이든 혹은 하루든 다가오는 월요일 아침를 바라보는 마음을 다르지 않다. 얼마 간 쉬었든 간에 다가올 출근 날짜에서 보자면 이미 가치가 사라진 지난 시간일 뿐이다. 언제나 같은 후회를 하며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다.

보통 금요일 늦은 오후나 저녁은 절대적 업무 관계 보다는 일상적 관계의 사람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유의할 점은 금요일 오후는 교통 체증이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금요일 오후나 저녁은 그런 상황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그 여파가 거의 토요일 오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토요일은 가능한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한다. 토요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주말임에도 오전 일찍 움직인다. 토요일 오후 도심을 드나드는 도로 사정은 어디나 거의 금요일 오후나 저녁과 다르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토요일 오전에 서두른 댓가로 주말 오후나 저녁은 좀더 여유로울 수 있다. 일요일이라는 다음 날에 대한 가치를 좀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일요일 아침은 지난 금, 토의 여파가 늦은 아침으로 이어진다. 만일 여행 중이거나 혹은 주말 종교를 가진 경우는 일요일 오전 시간은 포기해야 한다. 집으로 복귀하면 늦은 오후가 될 것이다. 집에서 일요일 아침을 맞는다면 짧은 여유로움의 대낯 풍경을 볼 수 있겠지만, 대개 의미 없는 일상의 시간을 보내거나 반대로 밀린 집안 일을 돕게 된다. 그리고 이 역시 늦은 오후에 마무리 될 것이다. 모두에게 월요일 출근을 앞둔 현실적 효용성의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이 짧은 시간 뭔가 의미를 둔 일을 하긴 쉽지 않다. 그러니 다음 주말을 기약하게 된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주말, 명절 연휴, 긴 방학, 그리고 짧은 휴가 등에 계획한 대부분 일이 그저 계획으로만 잠시 존재하고 사라졌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다가올 또 다른 시간을 기대하며 밀린 계획을 다시 부활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자체가 삶의 일상이 주는 여유로운 행복이라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악순환의 체감이라 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그러는 사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나이 들고 지쳐 간다는 사실 뿐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자기 몸과 마음을 학대하는 경우도 많다. 의미 없는 목표를 두고 산을 100번 오르고 전국 도로를 자전거로 달리기도 한다. 그 마저 없다면 세계를 두루 여행하기도 한다. 사진 속의 자기 모습은 꽤나 자신만만한다.

일상적 삶에서 주 5 일 근무든 4 일 근무든 혹은 주말이 3 일이든 2 일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휴가 기간이 3 주든 1 주든 지나고 나면 다를 바 없다. 처음에는 그 엄청난 차이에 흥분하지만 지난 시간은 길든 짧든 그저 지난 시간일 뿐이다.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단지 그렇다고 자위하고 다짐할 뿐이다. 그럼에도 좀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학창 시절을 긴 방학을 생각해보면 쉽게 그 결과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런 시간에 인생의 승부를 뒤집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천재적인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내게 있어 범접할 수 없는 수 많은 다른 존재 가운데 하나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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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긴 주말이나 연휴 동안 아무런 목표없이 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더 안심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미 수 없이 반복되는 다짐일뿐이다. 이제 일요일 오전 이 글을 포스팅하고 의자에 등을 기대로 눈을 감은 후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하다.

2024년 5월 23일 목요일

어느날 문뜩

먼저 별 볼일 없는 내용에도 더욱이 최근에는 거의 업데이트가 되지 않음에도 꾸준하게 봐주고 종종 이-메일까지 주시는 여러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지난 해부터 생각했던 계획과 달리 예기치 못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초라한 블로그에 그나마 포스팅 할 겨를이 없었다. 물론 변명이지만, 한편으로 내 관리 시스템에 별 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뭔가 포스팅할 만한 특별한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말 그대로 GTD 시스템에 기반한 나의 일상 혹은 업무 관리 체계는 그럭저럭 잘 굴러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OmniFocus든 다른 업무 관리 시스템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기도 했다. 더하여 OmniFocus나 Things를 비롯한 GTD 관련 플랫폼의 변화가 더 이상 특별하거나 특이하게 발전하거나 진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결과적으로 GTD 시스템이나 GTD 관련 어플리케이션에 관한 글을 적을 만한 것이 드물다 보니 예전만큼 찾지 못했다. 가끔씩 들어와 뭔가를 긁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곧 표현할 수 없는 무력감에 손을 놓게 된다. 역시 블로그도 체력전이다.

그래도 20년 가까이 끌어온 블로그를 마냥 쓸쓸히 두기 아깝다는 심정에 뭔가 다른 방향의 관심 사안으로 비워진 공간을 채워볼까 싶다. 그렇다고 이 초라함이 얼마나 나아질 지 모르지만. 물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다. 적었듯이 모든 건 체력전이다. 난 그렇지 않겠지만 기대 했지만 나이가 들어 육체적 피로감이나 한계는 시간의 문제일 뿐 예외는 없다. 21세기 새로운 신문물을 잘 활용하여 좀더 효과적 관리가 가능하겠지만, 이제는 정신적 피로감도 한몫 하다보니 만만치 않다. 여기에 세상 마저 정상적 범위를 벗어나 돌고 있다보니 주변에 대한 관심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그렇더라도 나 보다 더 많은 삶의 시간을 가진 이들은 좀더 나은 삶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고, 이런 목적을 위한 뭔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런 마음조차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번 힘을 내볼까 한다.

2024년 1월 15일 월요일

OmniFocus 4.03 업데이트

지난 연말 마침내 긴 기다림 끝에 OmniFocus 4 정식 버전이 공식 출시되었다. 거의 2년 반 넘게 베타 테스트를 거친 후 제품이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오랜 기간 동안 OmniFocus 3와 OmniFocus 4 테스트 버전을 함께 사용해 본 입장에서 기대가 크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단 Mac 버전에 한정해 보자면, 오랜 시간 동안-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하지만-실질적 체감이 있는 변화는 거의 없다. 그저 화면 구성에서 약간의 차이가 느껴지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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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추가된 기능 가운데는 파인더 독의 아이콘을 변경하는 설정이 있는데, OmniGroup이 생각하는 OmniFocus와 실제 사용자가 생각하는 바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나 싶다. GTD 시스템으로서 시스템 설정에 앱 아이콘 변경 기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의문이다. 물론 원하는 아이콘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좋을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제 정식 버전이 출시되었으니 지금껏 사용한 테스트 버전의 마지막 사용일이 되어, OmniFocus 3을 계속 사용할 것인지 OmniFocus 4로 업그레이드할 지 결정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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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OmniFocus 4의 가장 큰 변화는 외형이나 인터페이스 변화가 아닌 전략과 정책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Mac 버전의 확장성이 한계를 맞이한 상황에서 iOS, iPadOS 그리고 WatchOS 버전의 OmniFocus에 집중했다고 보인다. 물론 Mac 사용자 대부분이 iPhone이나 iPad 나아가 AppleWatch를 사용한다고 볼 때, 각 장치의 OmniFocus 4 간 연동 운용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OmniGroup의 선택은 각 장치에서 하나의 라이센스로 모든 버전의 OmniFocus 4를 운용하는 이른바 유니버셜 라이센스 출시였다. 일반적 시각에서 보자면 꽤 적극적이며 공격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Professional(Pro) 라이센스 기준으로 약 $150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전에 각 버전의 가격을 합친 경우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Pro가 아니 Standard 버전이라면 좀더 가격적 잇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OmniFocus를 사용하면서 Standard 버전을 사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나 싶기도 하지만, OmniFocus가 애플 생태계에 있어 나름 킬러 앱처럼 평가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분명 이러한 대응은 효과가 있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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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유니버셜 라이센스에 Web 버전은 제외 되었다. 이점에서 OmniGroup이 OmniFocus 4의 설치 버전 보다는 구독 서비스로 사용자를 이전 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구독 서비스는 월 약 US$ 10 가격으로 Mac, iOS, iPadOS, WatchOS는 물론 Web 환경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Web 버전이 비록 설치 버전에 비해 기능적 부족함이 있긴 하지만, 만일 사용자가 Windows 혹은 Linux 환경에서 작업 비중이 높다면 충분히 대응할만하다는 점에서 잇점이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 Mac 버전의 OmniFocus 3 사용자 입장에서 Mac 버전에 한정해서 업그레이드 지원이 되길 기대했지만, OmniFocus 4 for Mac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약 US$ 75의 가격으로 유니버셜 라이센스를 선택해야만 한다. 나쁘지 않은 가격인 것은 분명하지만, Web 버전 지원이 없다는 점에서 Mac 환경 이외 iPhone이나 iPad에서는 OmniFocus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큰 유혹이 아니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OmniFocus 4의 기능이 OmniFocus 3에 비해 크게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 점은 OmniGroup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보니, 데이터베이스는 그대로 공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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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OmniFocus의 Pro와 Standard 버전 라이센스에 대해 잠시 적었지만, 현실적 운용 효율에서 보자면 굳이 Pro 버전을 계속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을 지 의문이다. Pro 버전이 제공하는 사용자화 기능이나 자동 처리 기능이 눈길을 끄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 사용에서는 거의 쓸일이 없다. 사실 딱히 눈에 띄는 기능도 거의 없다. 그런 기능을 활용하는 자체는 분명 효율적인 GTD 시스템 구축과 운용에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조금만 무리하면 괜한 기능 구현에 대한 부담만 될 수 있다. 물론 직접 개발하여 적용할 정도 실력이 된다면 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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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있다면 OmniFocus 4에 대한 별도 포스팅으로 자세히 한번 내 불만을 적겠지만, 만일 지금 OmniFocus 4를 사용하여 GTD 환경을 적용하고자 할 때 분명 이전 OmniFocus 1이나 OmniFocus 2 정도의 신선함 내지는 흥미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그저 여러 유사한 할 일 목록 관리나 단순한 프로젝트 관리 앱 정도로 보이지 않을까 한다. 오히려 한동안 답답하게 보였던 Things가 더 기능 개발에 적극적으로 보일 정도이다. 물론 여전히 OmnFocus와 Things 간 기능적 비교는 쉽지 않지만, GTD 시스템으로서는 특별히 Things가 더 이상 OmniFocus에 비해 못하다고 하기 힘들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