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 일요일

다시금 전환의 시기

이 달을 마지막으로 지난 4 년간 근무 했던 회사의 R&D 책임자 직책을 떠나게 되었다. 아직 진행 중 프로젝트가 여럿 있지만 건강 관리와 개인 시간 부족으로 퇴사를 결정 하기로 했다. 노년으로 접어드는 시기 부득이 퇴직을 선택한 이유가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몇 달 간 회사도 나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는데, 후임자나 부서 전체가 꽤 고생을 했다. 하지만 이직을 자주 한 입장에서 이런 경우에 대한 피차간 특별한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물론 개인적 관계가 얽힌 경우는 조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나로선 예정 보다 긴 시간을 함께 했다는 사실로 나름 퇴직 명분을 내세웠다. 망할 뻔한 프로젝트를 살렸고, 큰 손해가 발생 위기의 문제도 해결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돈 받고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 나 없이 고생 좀 해보라는 농담반 진담반 한 마디를 던지고 나왔다. 사실 아무리 회사 일이 세상에서 주요하다 주장 하더라도 내 건강과 시간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나 보다 일 잘하고 똑똑한 젊은 친구가 많을 것이니 잠시 고생하겠지만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회사를 떠나는 순간 내가 밖에서 도와줄 경우는 생기지 않는다. 처음 이직할 때 그런 걱정을 하는 이가 적지 않은데, 큰 착각이며 자신에 대한 과대 평가이다.

내게 퇴직과 이직은 상당히 익숙한 상황이다. 평생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한 동기도 적지 않지만, 난 짧게는 3~4년, 길게는 약 9년 정도로 여러 회사에 근무 했다. 이직 횟수도 대충 한 손가락 숫자 보다는 훨씬 많다. 다만 나이 육십에 접어들 시점에서 퇴직의 느낌이 조금 달랐다. 건강 문제와 연관도 있지만, 이제 정말 내게 남은 시간은 지나간 시간에 비할 수 없이 짧으며 그 짧은 시간 동안 실제적 활동 가능한 시간은 더더욱 짧을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여러 사안으로 현업에 완전히 손을 뗄 수는 없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잘못된 선택은 건강이나 개인 시간 문제를 다시금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으니 신중해야 했다. 공식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직 했지만, 실제 활동은 딱히 영양가 없는 현재 회사 주력 사업과 무관한 신사업 기획부 간판을 내걸고 있다. 솔직히 적자면 학교 선배 회사에서 방 하나 얻어 직원도 없이 비밀스럽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회사는 내 프로젝트가 빠른 시간 내 실제 사업으로 확장 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과연 내가 그 기대에 부응할 리는 없을 것 같다. 별 부담 없이 움직이는 나를 보고 그냥 요양하러 회사 출근 하느냐 말도 있겠지만, 그들은 알 수 없는 피차 간 필요에 의한 것이니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 오랜만에 포스팅을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 난 지금까지 삶에서 후회를 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미련이 남는 일은 꽤 많다. 특이하게 어떤 이유에서 인지 남이 추진하여 실패 할 프로젝트를 맡아 다시 살린 경우는 많지만, 내가 주도한 프로젝트 상당수는 오히려 대부분 실패했다. 물론 그 원인이 나라고 하지는 않겠다. 모두 나의 주장이나 계획에 대한 경영진의 반대에 기인 했다. 다만 그 실패에 따른 책임 자체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경영진 설득에 실패한 것도 나의 책임이니.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가졌던 의문은, 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것과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다시 바로 잡을 기회 역시 왜 선택하지 않았는 가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 크고 작은 중소기업에서 겪은 일이다. 사회 생활의 첫 발을 외국계 기업에서 시작한 덕에 젊은 시절 국내 기업의 업무 방식을 바라보는 내 시각은 부정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런 점에서 내 고민의 해결을 뭔가 외부적 대응에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이른바 물리적 혹은 논리적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되거나 유연하게 복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관련 시장의 주요 시스템 공급사가 다양한 대응책과 해결책을 제시 했지만, 대부분은 비용 지출에 사로잡은 경영진 입장에서는-현실적 효용성 없는-이상적 목표에 불과했다. 또한 대개 외산 시스템인 덕분에 온갖 부수적인 요구 사안이 많았을 뿐더러 내 질문에 대한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도 못했다. 그래도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그대로 있는 것의 차이는 극명했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 보기로 했다. 하지만 거의 10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원하는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런 사이 이미 기업 경영과 기술 개발 환경은 이전에 비할 수 없는 수준으로 크게 바뀌었다. 그러나 앞서 문제의 주체인 중소기업의 업무 및 제조 환경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 문제 해결을 자처하는 전문가 역시 나이만 들었을 뿐 여전히 그 시절 그대로 있었다. 아예 지금은 AI 서비스를 이용하여 답을 찾아 제시하기도 한다. 몇몇 선후배 가운데 국내 굴지의 관련 기업에서 AI 최전선에 있는 이도 있지만 그들 답도 별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내 고민은 여전히 험난한 고민의 미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고민을 나만 하고 있는 건가 ? 나는 과연 이 세상에 조금이라고 도움이 되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