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0일 일요일

iGTD

사실 이 블로그의 시작에 iGTD가 있었다. 폴란드 출신의 JAVA 프로그래머인 Bartek Bargiel가 개발한 iGTD는 Mac OS X 환경에서의 GTD를 구현한 시스템으로 기능적으로나 활용성 면에서 가장 우수한 소프트웨어라고 생각된다. 이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웹 사이트들에서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OmniFocus나 Things 등이 정식으로 등장하기 전부터 iGTD는 GTD 시스템로서 필요한 기능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iGTD Pro와 iGTD 2와 같은 다음 버전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개발자의 사정으로 iGTD 2의 알파 버전이 공개된 이후 약 1년 가까이 업데이트나 개정이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2009년 가을 예상치(?) 못하게 Bartek은 Things의 개발사인 CulturedCode에 합류했다. 덕분에 Things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높아졌다. 그렇다고 Things의 인터페이스 구성으로 볼 때 iGTD처럼 될리는 만무하니 그가 어떤 역활을 할 지는 모르겠다.

OmniFocus나 Things에 비해 iGTD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물론 그 개별적인 기능의 필요성이나 효용성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웹 사이트 주소, E-Mail은 물론 파일 정보 등을 InBox에 저장할 수 있는 Quick Add 기능과 무엇보다도 계층적 컨텍스트 및 프로젝트 구조를 제공하므로 써 이미 이러한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에게 편의성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인터페이스가 화려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처리 속도도 단연 빠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Mac OS X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QuickSilver와의 연동 역시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다른 GTD 소프트웨어에서는 지원이 미흡한 iCal 등과의 동기화등 다른 어플리케이션과의 연동 기능도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iGTD는 무료로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비교 불가라고 보겠다. iGTD의 인터페이스가 복잡하고 화면 구성 등에서는 불편한 점이 있지만 그 어떤 불만도 앞서의 장점들에 묻히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후 업데이트나 에러 수정이 더뎌지고 특히 Mac OS X 업데이트가 계속되면서 운용이 불안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GTD 시스템 확산에 따른 OmniFocus나 Things의 등장으로 비록 돈이 들기는 하겠지만 iGTD를 대신할 다른 프로그램이 생겼다고 볼 때 iGTD가 더 이상의 GTD 소프트웨어로서 계속 사용되기는 힘들 것 같다.

GTD 컨텍스트의 이해

GTD를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계속 고민스러운 점이 시스템에서 규정된 컨텍스트들이 실제 일이나 업무의 실행을 결정하는 요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에 대한 것이다. GTD에서 컨텍스트는 일의 시작을 전제하는-절대적일 수 있는-제약 조건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컨텍스트가 충족 되었음에도 일이 시작되지 않거나 시작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겪게 된다. 컨텍스트가 제대로 지정되지 있지 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행에 대한 필요성 혹은 결과에 대한 절실함이 부족해서 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GTD를 처음 접하는 경우, 컨텍스트는 상당히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면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아마도 뭔가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거나 혹은 할 수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대개 스스로의 게으름을 자책하게 된다. 때문에 일의 실행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설정된 컨텍스트는 지금까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궁극의 해결책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일의 실행을 위한 전제 조건이 충족 되었는데 일이 실행되지 못한 이유는 없지 않은가.

GTD가 이전까지의 업무 관리 체계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일의 실행을 위한 전제 조건을 설정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리 시스템은 설정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과 목표 배분으로 구성된다. 반면 GTD는 그러한 구성에 상관없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인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실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절대적 조건으로 컨텍스트를 지정하고, 컨텍스트가 충족되는 일은 실행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잡고 있다. 그러므로 컨텍스트가 충족 되었음에도 일의 실행에 문제가 있다면 컨텍스트의 지정이 잘못되었거나 일 자체가 실행될 수 없는 상황으로 잘못된 규정된 경우 뿐이다.

일반적으로 일의 실행 조건은 시간적(시작 시간, 날짜 그리고 소요 시간 등), 공간적(장소 등 물리적 위치), 물리적(도구, 시설, 환경 등) 그리고 인적(위임, 관리 등) 요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요소들과 관리 범위 밖의 요소들고 구분될 수 있다. 나의 현재 위치가 회사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실행이 불가능하며, 이들 일의 실행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의미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의 실행을 위한 조건 가운데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선택하여 컨텍스트로 지정할 수 있다. 일이나 업무의 실행을 세부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면 행동 범위 자체를 최소 단위로 구분하고 컨텍스트 역시 세분화하여 지정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예로 시간(빈 시간), 비용(돈), 감정(하고 싶을 때) 등의 요소를 컨텍스트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 보다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있다. 컨텍스트 항목 자체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을 정확하게 분이나 시간 단위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이 좋으며 비용의 경우를 이를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업무로 분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감정 등은 그 판단이 적용되는 경우마다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지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상의 삶에서 하나의 일이나 업무가 어느 하나의 특정 조건 만으로 실행 여건이 충족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하나의 업무에 대해 둘 이상 조건의 충족이 전제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컨텍스트에 대한 매력은 GTD 시스템의 적용 후 적절한 컨텍스트에 대한 선택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지정한 컨텍스트가 적절한 것인지, 두 컨텍스트 후보 간 어느 쪽이 더 절대적인지, 그리고 반드시 두 개 이상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 경우처럼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실제 GTD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시각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도 이 점인데, 하지만 GTD에서 시스템 구조적으로 이 문제에 명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다양한 부가 조치로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있겠지만 단일 컨텍스트 지정이라는 기본 전제의 한계라는 점은 분명하다.

컨텍스트에 대한 또 다른 문제는 컨텍스트는 오직 실행을 위한 전제 조건이며 진행 내용과 완료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GTD 시스템 자체가 계획의 완수라는 목표 달성을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컨텍스트가 충족되어 일을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이후의 문제는 GTD 시스템과는 무관하게 각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일의 실행 여부와 완료 여부는 Review 단계에서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 등으로 검토하게 된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무책임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GTD 시스템은 목표 달성을 위해 채근하지 않으며 단지 계획한 바에 따라 지금 시간과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확인시켜 주고, 이후의 실행 여부 문제는 별도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GTD 사용자들이 그 효용성에 대해 오해를 하게 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GTD는 사용자의 실행 의지를 요구하지도 부흥 시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장기 계획을 위한 과정에서는 전체적이고 넓은 시각에서 삶을 생각하면서 계획하도록 하지만 세부적인 단계에서의 실행 여부는 기본 전제로서 조차 다루지 않는다. 때문에 GTD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다른 관리 체계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다시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가서, 단순한 일이든 복잡한 이들이든 부분적으로 그리고 특정 시점에는 하나의 일에 대한 실행 만이 가능하다고 볼 때, 적절한 컨텍스트의 지정은 GTD 시스템의 구축과 운용의 신뢰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스템의 컨텍스트 구조에 대해 지속적으로 현실을 반응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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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텍스트가 충족 되었음에도 일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면.. 나의 GTD 시스템이 뭔가가 잘못된 것이다.

결국 각자의 현실에 맞는 최적 구조와 구성 컨텍스트를 갖추는 것은 GTD 지속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컨텍스트를 구성할 때 GTD 관련 책자나 사이트의 내용을 참고하여 구성할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세부적인 항목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Review 단계에서 컨텍스트 간의 관계를 검토하여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시스템을 깔끔하게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컨텍스트를 최소화하게 되면 앞서 전제한 일의 실행 조건으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관계 구성이 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컨텍스트 충족 여부에 따라 일의 정상적 실행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GTD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2008년 7월 19일 토요일

GTD 블로그 리부트

개인적으로 GTD를 접하기 이전부터-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난 시간 관리, 일정 관리 그리고 프로젝트 관리 등과 같은 일상적 업무 관리 체계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생활에 적용하고자 나름 애를 썼다. 학창 시절이나 직장의 일상에서 언제나 관리되지 못한 일에 허둥대다 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언가 외부적 도구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컴퓨터나 기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오늘날과 같은 시절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면서 소프트웨어 기반의 업무 관리에 한참 몰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누구가 그렇듯이-다이어리와 플래너 등의 또 다른 형태의 관리 도구도 접하게 되었다.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는 프랭클린 플래너(이하 FP)를 알고 나서 이를 이해하고 실천해 보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았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게 FP는 적응하기 쉽지 않은 구조와 절차의 시스템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몇번에 걸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결과는 언제나 만족스럽지 못했다.

웹 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소개된 FP를 이용한 업무 성과에 관한 내용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나름의 효용성이 충분한 것은 분명하지만 내겐 유독 어려웠다. 마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PhotoShop 같았다. 난 PhotoShop의 기능이 정말 유용할 것이라 생각해서 최소한의 기본 기능이라고 배워보려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적성에 안맞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런 식의 처리 방식이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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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대로 된 업무 관리 프로그램으로서 사용해 본 것은 8-비트 Apple II에서 구동 되었던 Desk Calendar II 프로그램이다. 아직도 그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지만, 몇번의 시도에도 한국 실정에서 사용하기에 무리였다. 그럼에도 이러한 프로그램들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상 업무 관리를 방안으로 FP만한 것이 없었던 시절이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FP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생에서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가 달라지면서 지금까지의 일상적인 업무 관리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FP를 통해 나름 성공한 일화의 현실성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성공한 입장에서는 돌이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자신의 노력 덕분이니.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다. 물론 그 정도 비용은 인생 성공을 위한 작은 투자라고 볼 수 있지만, 왠지 비용과 노력 대비 얻는 성과는 거의 없었을 뿐더러, 혼란스럽고 자괴감이 들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머리 속이 복잡하고 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 해결 방안의 하나로 계속 FP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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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무수히 다루게 되겠지만-FP 못지 않게 업무 관리 시스템으로서-항상 마음 후보로 거론되었던 대상은 Microsoft Outlook(이하 OL)이었다. PC 환경이 Windows 운영체제 기반으로 전환된 이후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상당 했지만, 초기 Windows 3.X 환경에서 Schedule+에서 시작하여 OL까지 Microsoft의 제품들에 관심이 갔다.

물론 현실적으로 OL은 직장에서 업무 용도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OL 역시 FP는 다른-기능의 풍족함에도 불구하고-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어쩌면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기능의 부족함이 아니라 너무 많은 기능들이 자연스럽게 연동되지 못하는 느낌이었고, 특히 업데이트가 될 수록 점점 무거워졌다. 비용의 부담을 무릅쓰고 경쟁 제품이었던 Lotus Organizer 혹은 빈약하지만 가벼운-Macintosh에서 사용하기 위한-Claris Organizer 등도 사용해 보았지만 OL의 문제를 해소할 만한 주역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 어느 날, iGTD에 대한 정보를 우연히 접하게 되고 이후 왠지 모르게 GTD에 대해 급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확실히 iGTD는 그전까지 보아 온 업무 관리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 일로 구형 iBook G3/600을 신형 MacBook White 2008로 바꾸게 되었다. 이후 David Allen의 GTD를 비롯한 여러 서적 그리고 웹 사이트의 정보를 보면서 GTD의 개념과 그 효용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 볼 때 iGTD에 받은 그 감흥을 대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람마다 GTD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삶을 보다 자유롭게 그리고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다시 새롭게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