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D를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계속 고민스러운 점이 시스템에서 규정된 컨텍스트들이 실제 일이나 업무의 실행을 결정하는 요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에 대한 것이다. GTD에서 컨텍스트는 일의 시작을 전제하는-절대적일 수 있는-제약 조건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컨텍스트가 충족 되었음에도 일이 시작되지 않거나 시작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겪게 된다. 컨텍스트가 제대로 지정되지 있지 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행에 대한 필요성 혹은 결과에 대한 절실함이 부족해서 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GTD를 처음 접하는 경우, 컨텍스트는 상당히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면 그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아마도 뭔가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거나 혹은 할 수 없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대개 스스로의 게으름을 자책하게 된다. 때문에 일의 실행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설정된 컨텍스트는 지금까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궁극의 해결책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일의 실행을 위한 전제 조건이 충족 되었는데 일이 실행되지 못한 이유는 없지 않은가.
GTD가 이전까지의 업무 관리 체계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일의 실행을 위한 전제 조건을 설정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리 시스템은 설정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과 목표 배분으로 구성된다. 반면 GTD는 그러한 구성에 상관없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인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실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절대적 조건으로 컨텍스트를 지정하고, 컨텍스트가 충족되는 일은 실행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잡고 있다. 그러므로 컨텍스트가 충족 되었음에도 일의 실행에 문제가 있다면 컨텍스트의 지정이 잘못되었거나 일 자체가 실행될 수 없는 상황으로 잘못된 규정된 경우 뿐이다.
일반적으로 일의 실행 조건은 시간적(시작 시간, 날짜 그리고 소요 시간 등), 공간적(장소 등 물리적 위치), 물리적(도구, 시설, 환경 등) 그리고 인적(위임, 관리 등) 요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요소들과 관리 범위 밖의 요소들고 구분될 수 있다. 나의 현재 위치가 회사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실행이 불가능하며, 이들 일의 실행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의미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의 실행을 위한 조건 가운데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조건을 선택하여 컨텍스트로 지정할 수 있다. 일이나 업무의 실행을 세부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면 행동 범위 자체를 최소 단위로 구분하고 컨텍스트 역시 세분화하여 지정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예로 시간(빈 시간), 비용(돈), 감정(하고 싶을 때) 등의 요소를 컨텍스트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 보다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도 있다. 컨텍스트 항목 자체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을 정확하게 분이나 시간 단위로 지정할 수 있는 것이 좋으며 비용의 경우를 이를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업무로 분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감정 등은 그 판단이 적용되는 경우마다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지양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상의 삶에서 하나의 일이나 업무가 어느 하나의 특정 조건 만으로 실행 여건이 충족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하나의 업무에 대해 둘 이상 조건의 충족이 전제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컨텍스트에 대한 매력은 GTD 시스템의 적용 후 적절한 컨텍스트에 대한 선택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지정한 컨텍스트가 적절한 것인지, 두 컨텍스트 후보 간 어느 쪽이 더 절대적인지, 그리고 반드시 두 개 이상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 경우처럼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실제 GTD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시각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도 이 점인데, 하지만 GTD에서 시스템 구조적으로 이 문제에 명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론 다양한 부가 조치로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있겠지만 단일 컨텍스트 지정이라는 기본 전제의 한계라는 점은 분명하다.
컨텍스트에 대한 또 다른 문제는 컨텍스트는 오직 실행을 위한 전제 조건이며 진행 내용과 완료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GTD 시스템 자체가 계획의 완수라는 목표 달성을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컨텍스트가 충족되어 일을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이후의 문제는 GTD 시스템과는 무관하게 각자의 몫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일의 실행 여부와 완료 여부는 Review 단계에서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 등으로 검토하게 된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무책임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GTD 시스템은 목표 달성을 위해 채근하지 않으며 단지 계획한 바에 따라 지금 시간과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확인시켜 주고, 이후의 실행 여부 문제는 별도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GTD 사용자들이 그 효용성에 대해 오해를 하게 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GTD는 사용자의 실행 의지를 요구하지도 부흥 시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장기 계획을 위한 과정에서는 전체적이고 넓은 시각에서 삶을 생각하면서 계획하도록 하지만 세부적인 단계에서의 실행 여부는 기본 전제로서 조차 다루지 않는다. 때문에 GTD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다른 관리 체계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다시 처음의 고민으로 돌아가서, 단순한 일이든 복잡한 이들이든 부분적으로 그리고 특정 시점에는 하나의 일에 대한 실행 만이 가능하다고 볼 때, 적절한 컨텍스트의 지정은 GTD 시스템의 구축과 운용의 신뢰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스템의 컨텍스트 구조에 대해 지속적으로 현실을 반응할 수 있도록 검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컨텍스트가 충족 되었음에도 일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면.. 나의 GTD 시스템이 뭔가가 잘못된 것이다.
결국 각자의 현실에 맞는 최적 구조와 구성 컨텍스트를 갖추는 것은 GTD 지속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컨텍스트를 구성할 때 GTD 관련 책자나 사이트의 내용을 참고하여 구성할 수도 있지만, 가능한한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세부적인 항목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Review 단계에서 컨텍스트 간의 관계를 검토하여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시스템을 깔끔하게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컨텍스트를 최소화하게 되면 앞서 전제한 일의 실행 조건으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관계 구성이 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컨텍스트 충족 여부에 따라 일의 정상적 실행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GTD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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